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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씨의 시신을 부검해 가스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했다. 앞서 소방은 사고가 난 맨홀 내부에서 유독가스인 황화수소와 일산화탄소 등을 확인했다. 당연히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2명의 사상자가 나온 이번 병방동 맨홀 사고는 작업 전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안전 수칙’을 재정비하고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고도 최소한의 기본적 ‘안전 수칙’도 지켜지지 않은 전형적인‘인재(人災)’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재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밝혀지면서 노동계 등은 ‘위험의 외주화’가 불러온 사고로 보고 있다. 기본적 규정만 지켜도 막을 수 있는 이러한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9조(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의 수립ㆍ시행) 제1항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맨홀, 탱크, 하수관, 정화조 등 산소결핍,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ㆍ화재ㆍ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도록 한 때에는 ▷사업장 내 밀폐공간의 위치 파악 및 관리 방안, ▷밀폐공간 내 질식ㆍ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ㆍ위험 요인의 파악 및 관리 방안, ▷밀폐공간 작업 시 사전 확인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확인 절차, ▷안전보건 교육 및 훈련, ▷그 밖에 밀폐공간 작업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에 관한 사항의 내용이 포함된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작업 일시, 기간, 장소 및 내용 등 작업 정보, ▷관리감독자, 근로자, 감시인 등 작업자 정보,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의 측정결과 및 후속 조치 사항, ▷작업 중 불활성가스 또는 유해가스의 누출ㆍ유입ㆍ발생 가능성 검토 및 후속 조치 사항, ▷작업 시 착용하여야 할 보호구의 종류, ▷비상연락체계 등의 사항을 확인하여 근로자가 안전한 상태에서 작업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항에는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의 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이러한 내용을 해당 작업장 출입구에 게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은 사망한 50대 일용직 근로자 김씨가 가슴 장화만 착용했을 뿐 산소마스크 등 다른 안전 장비 없이 작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산소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고 현장에서 작업 전 가스 농도 측정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인천환경공단이 발주한 용역의 재하도급 업체가 업무를 담당했는데 인천환경공단은 ‘과업지시서’에 “맨홀에 출입할 때는 사전에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라는 주의사항을 명시했다. 또 “맨홀 등에서는 환기 및 가스측정을 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라는 내용도 기재돼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인천환경공단은 “발주처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하도급도 금지한다”라고도 했으나 용역을 맡은 업체는 하도급을 줬고, 하도급업체는 중태에 빤진 대표의 업체에 다시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인천환경공단이 과업지시서에서 금지한 발주처의 동의 없는 하도급·제하도급의 삼중 하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4년 발표한 「밀폐공간 질식사고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밀폐공간 사고의 76%가 유해가스 미측정과 보호장비 미착용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중 65%는 원청이나 발주처가 하청 구조를 통해 감독 책임을 회피한 사례였다. 제도는 존재했지만, 관리의 주체는 없었다는 결론이다. 일찍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는 “우리가 어느 날 마주친 재난은 우리가 소홀히 보낸 지난 시간의 보복이다.”라고 말했고,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폰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는 “가장 큰 죄는 무관심이다”라고 말했다. 구조적 위험을 알면서도 방관(傍觀)하고 방치(放置)하며 방기(放棄)하는 행태야말로 사회가 짊어져야 할 가장 무거운 책임을 방임(放任)하는 해악(害惡)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지난 7월 7일 이재명 대통령은 “일터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라고 지시했고, 고용노동부는 밀폐공간이 있는 사업장이나 맨홀 관리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관리·감독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마련돼 있는 ‘안전 수칙’이나 관리·감독 방안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다. 차제에 공사현장에서 이러한 수칙이나 방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면밀히 조사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와 인천지역중대재해 대응사업단은 지난 7월 10일 인천환경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가 불러온 참사’인 이번 사고의 구조적 책임이 발주자인 인천환경공단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 당국은 해당 도급 관계 업체들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발주처인 인천환경공단의 관리 책임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유독가스 등에 의한 질식사고는 안전 취약 사업장을 중심으로 빈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2015~2024년) 전국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맨홀 등 밀폐공간 질식사고로 298명이 산업재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126명(42.28%)이 목숨을 잃었다.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 중독 등으로 발생하는 재해로 이 기간 재해자의 42.28%(126명)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사망자 126명 가운데 40명(31.7%)은 6∼8월에 목숨을 잃어 여름철마다 사고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유해가스가 더 많이 발생해 맨홀, 오폐수처리시설, 축사 등에서 질식사고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 탓이다. 고용노동부는 3대 안전 수칙인 ▷밀폐공간 사전파악,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 및 환기, ▷호흡 보호구 착용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와 노동단체는 밀폐공간 작업 특성상 위험을 담보로 하지만, 외주화 과정에서 사회 안전망이 느슨해지며 비극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일터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가 범정부 차원으로 조속히 마련되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국회는 외주와 하도급 구조에서 반복해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업 주체의 무거운 책임과 엄중한 처벌을 더 강화하는 등 관련 법률을 재정비에도 서둘러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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