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길청 칼럼 > 너무도 늦은 회항

심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0-12-14 12: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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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제2의 국적항공사 아시아나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이 당시는 편치가 않았다. 올림픽 특수라는 미명아래 추진되었지만, 당시에는 이미 서구의 항공사들도 과포화로 상태로 수익성 유지가 버거운 형편이었고, 신규 출자회사인 금호그룹의 주력기업 수익구조로는 장기간의 출혈운항을 좀처럼 견디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런대도 정부의 인가는 진행되었다, 사업 중에서 초기 사업비에 비해 현금회수의 진도가 낮은 대표적인 사업이 항공업이다. 워낙 고가의 비행기를 먼저 구입하여 과도한 부채를 진 다음에 인기항로도 없는 신생기업의 불확실한 운임수입은 리스료나 원리금상환에 보잘 것 없는 돈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시간이 갈수록 부채가 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금호그룹은 아시아나 출범이후에 하루도 자금사정이 좋은 날이 없을 만치 항공사 운영이 그룹 모두에게 서로 버거웠고, 어찌 보면 서로 사업 운대가 잘 맞지 않는 조합이었다. 마치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인수이후 고난의 길을 걷는 것처럼 금호그룹과 아시아나항공도 실은 좀 그랬다. 


당시에 대한항공의 경영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두 국적항공사의 무리한 출혈경쟁은 고객의 서비스나 요금의 편익에서는 좋았지만 우리나라 항공운송산업의 발전에는 재무적 과잉투자와 운영비의 부담을 키운 정책적 부담이었다.


그런 아시아나가 수많은 곡절을 안고 대한항공과 하나가 될 길이 열리고 있다. 우선 이로 인해 또 다른 피해와 억울한 사연들이 이면에서 불거지겠지만 차제에 항공운송산업의 합리화 사안에서만 보면 국가적으로는 불기피한 결정이라고 여겨진다. 그동안 그룹 자신들의 주력을 희생하며 분투한 금호그룹의 눈물겨운 노력이 안타깝지만 분석가의 눈에는 사실은 너무 늦은 회항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3만 달러의 나라에 대체로 안정적으로 진입하였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일본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싱가포르 등은 모두 이 3만 달러-4만 달러의 고비에서 엄청난 경제사회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다름 아닌 빈부격차와 주택, 환경, 노동, 의료, 교육 등의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특히 주택의 이슈가 컸다. 그런데 이 문제를 시장시스템으로 다룬 나라가 있고, 사회시스템으로 다룬 나라가 있다. 미국 일본은 시장으로 다룬 나라이고,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은 사회시스템으로 다룬 나라이다. 독일과 캐나다는 중립적이고, 싱가포르는 혼합적이다.


그런데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정부분 실패한 나라들이다. 한마디로 3만 달러가 지나면 공공시스템으로는 주택 품질의 다양성 요구를 답할 수가 없고, 시장시스템은 더 낮은 신용의 부채 요구를 억누를 수가 없다.


영국은 품질의 요구보다 수량의 요구에 응답하려고 많은 주택을 공급했더니 민영주택의 부족과 이로 인한 민영주택의 선호로 우리처럼 민간주택의 엄청난 가격상승을 초래했다. 또한 공영주택들을 주로 배치한 동네의 거주수준을 낮게 평가하다보니 이 지역을 외면하는 님비현상도 생겼다. 결국 영국은 런던의 경우 많은 공영주택을 사유화해주었지만 이미 오른 민간주택의 집값을 잡지는 못했다.


미국과 일본은 민간주택으로 수요에 응한 나라이다, 도쿄는 광활한 평지를 이용해 건축업자들이 끝없이 교외주택을 지어나갔다가 긴 경제침체기를 만나 오늘 날 교외주택 소유주를 집 가진 거지를 만들었고, 미국은 금융업의 탐욕과 자꾸만 올라가는 모기지 부채를 결국 이기지 못하고 2008년 부동산발 금융공황을 초래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공공과 민간을 혼합하여 어렵사리 꾸려가고 있다. 강력한 정부의 리더십을 가진 싱가포르는 원래 국유화된 대부분의 토지를 가지고 토지의 장기임대방식으로 민간건축을 하게하여 근본은 공영화 기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상위수입가구나 외국인의 민간주택 거주나 소유는 제약이 크지 않다. 다만 융자비율이나 외국인소유세금 등이 집값 과열여하에 따라 조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편리한 장소에 많은 공공주택이 민간주택보다 많이 낮은 가격에 사유화나 임대 방식으로 공급되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신규공공주택도 고급사양을 원해서 점점 비싸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거대한 아젠다로 출발한 현 정부가 집값파동에 걸려 임기의 후반부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모든 나라가 천문학적인 돈을 공급하고 있고, 그중에서 상당수 글로벌자금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2020년의 과잉유동성으로 전국의 집값압박이 역대급이다.


대체로 6-9억원의 구간을 완충지대로 하여 그 이하를 서민주택 구역으로, 그 이상을 민간과세 구역으로 잡았던 당초의 구상이 삽시간에 수도권 중저가아파트의 6-9억 원대 진입으로 인해 정부나 민간이나 모두 혼돈에 빠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공공주택의 강한 소신을 가진 학자출신 장관이 등장했다. 임명취지나 경제사상은 이해하지만, 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한 상황에서 전반적인 공공주택 위주의 정책도입은 너무 늦은 회항이다. 지금 우리 현실을 보자면 어느 정도 민간주택시장의 기능을 살리면서 함께 공공주택의 공급도 실현하려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대통령 임기가 그리 길지 않다, 도시재생이나 공공임대 위주의 정책은 자칫하면 얼마 남지 않는 기간에 효과도 보지 못하고 불시착(crash landing)할 소지도 있다. 그보다는 민간주택시장에 재건축공급 완화신호를 주면서 그로인한 개발이익 재원을 통한 공공주택의 품질향상과 조기공급 신호를 동시에 주어나가길 희망한다. 


다기양망이란 말이 있다. 잃어버린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 앞에서 더 미궁에 빠진다는 의미인데, 이미 민간주택시장에서 신규주택의 공급부족 신호들이 작동하는데도 정부가 여전히 공공임대에서 공급신호를 시장에 보내면 민간주택 가격안정화는 소기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 현 정부 지도부는 시민정치가 시절에는 소신의 부각이 돋보이지만, 국가운영자로서의 정책선택은 소통의 외연확장이 필요할 때가 도처에 있다는 것을 거듭 살펴볼 때이다. 주택정책은 민간주택 공급의 유연성으로 뱃머리를 돌리기에 아직은 늦지 않았다. @국민청지기

 

 

엄 길 청 한국미래경영아카데미 회장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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