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살던 곳에서 '통합돌봄' 첫발, 양극화 없는 노후 안전망 갖춰 실효성 높여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4-03 19: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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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을 한 번에 받게 하고 정든 내 집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가 지난 3월 27일부터 본격적인 막을 올리고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전면 시행에 들어감으로써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ㆍ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ㆍ연계하여 제공하기 위하여’ 2년 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해 2024년 3월 26일 제정된 「의료ㆍ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돌봄 통합지원법)」이 2026년 3월 27일부터 시행에 따른 것이다.

고령층과 장애인에 대한 국가 돌봄은 당연한 책무다. 통합돌봄은 노인과 장애인이 요양원·요양병원 같은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65세 이상 노인과 중증 장애인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한 번만 신청하면 상태 평가를 거쳐 집에서 의료·요양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게 된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 등이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집에서 방문 진료, 간호, 재활, 가사 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가족 부담은 덜 수 있도록 ‘돌봄 패러다임 전환’의 첫발을 뗀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데 이어 2050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이 8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돌봄 시스템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은 국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라는 측면에서 반기고 환영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30년까지는 ‘돌봄이 필요한 누구나’ 일원화된 지역사회의 돌봄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문제는 급증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할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고령 인구 수에 비해 방문 진료 등 서비스를 제공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인데 요양보호사 등 돌봄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등을 주장하며 정부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편성된 통합돌봄 관련 정부 예산은 914억 원으로, 시스템 구축비 등을 빼고 나면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쓸 수 있는 사업비는 620억 원뿐으로 전국 229개 시·군·구별로 나누면 지자체당 평균 2억 7,000만 원 남짓의 적은 예산으로 ‘통합 돌봄팀’을 꾸리고 의료·요양·생활 지원까지 감당하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지역사회가 돌봄을 책임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지역 간 돌봄 서비스 수준의 격차도 우려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인프라(Infra) 차이가 큰 데다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98곳은 지난해 9월에야 시범사업을 시작했을 정도로 준비가 미흡한 상태다. 거주 지역에 따라 서비스 질이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05년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을 법제화하고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돌봄이 한계에 부닥친 점을 고려하면 지역사회가 돌봄의 주역으로 나서는 것은 마땅하고 바람직하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7.2%가 기존 거주지에서 노후를 보내길 원한다. 그러나 퇴원 후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을 강요당하는 현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7년의 준비 끝에 마침내 시행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초고령사회 한국이 가야만 할 방향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아무리 난관이 봉착하고 걸림돌이 크고 많더라도 반드시 가야만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국 시행을 시작으로, 1단계 도입기(2026~2027년) → 2단계 안정기(2028~2029년) → 3단계 고도화기(2030년~)를 거쳐 제도를 안착시킬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로드맵(Road map)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의 1단계 도입기 사업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과 고령 장애인, 65세 미만의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우선 입원·입소 경계선상 노인 128만 명, 65살 이상 고령 장애인 146만 명, 65살 미만 중증 장애인 15만 명이 대상이다. 읍면동·시군구나 건강보험공단 어디든 한곳에만 신청하면, 종합판정조사를 거쳐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 요양·일상생활 돌봄 4개 분야 30가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증 질환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이 집에서 삶을 마무리하도록 돕는 ‘재가 임종(DIP) 케어’는 내후년인 2028년부터 진행하는 2단계 사업에 포함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5일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은 노인이 가능한 한 익숙한 지역에서 생활을 이어가며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 │ AIP)’뿐 아니라, ‘살던 곳에서의 임종(Death in Place │ DIP)’을 보장하기 위해 ‘재가 임종(DIP) 케어’의 제도화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는 임종과 죽음의 과정까지 정책의 대상으로 포괄하려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개인의 마지막 순간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계획한 로드맵대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가 제대로 정착한다면 노인·장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존엄을 지키고, 가족은 과도한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며, 건강보험 등 사회적 비용은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예산·인력·인프라가 모두 부족한 실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역사회에서 돌봄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지역 간 격차 해소가 관건이다. 현재 ‘지역사회 통합돌봄’ 재원은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예산,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를 통합한 돌봄 기금 신설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와 기반 시설에 따라 ‘돌봄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루빨리 안정적인 재원 방안을 찾아야만 하는 당위(當爲)다. 고령화율이 높고 의료가 취약한 지역에 예산을 차등 배정하는 등 국가 차원의 균형 대책도 절실하다. 서비스 통합과 전달체계 정비도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복지 체계는 의료·요양·돌봄이 각기 다른 법령과 재정 체계로 나뉘어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신청 창구를 일원화하고 종합판정조사를 도입했다. 하지만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구체적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 제공기관 간의 유기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 10명 가운데 8명은 노후에도 자신이 살던 집이나 동네에서 돌봄 받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 요양 수급 노인의 67.5%는 희망 임종 장소로 자택을 선택했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의 77.2%는 의료기관에서 사망한다. 임종 장소에 대한 선호와 현실 사이의 상당한 괴리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의료 이용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주거 환경에서 어떤 돌봄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가라는 구조적 조건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병원과 재활시설·요양시설을 전전해야 하는 노후는 삶이 아닌 고통 그 자체다. 사실상 개문발차(開門發車)나 다름없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많은 이들이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선은 지역별 돌봄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역 간 격차를 촘촘하고 면밀하게 점검하고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국민의 ‘존엄한 노후’를 뒷받침할 튼실한‘노후 안전망’이 되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보건기관 등이 유기적 협력 체제를 공고히 구축해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돌봄을 제공하는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을 조속히 정착시켜야만 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진정한 가치는 돌봄 서비스의 나열을 넘어 국민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이다. 정부는 단계적 확대라는 장기적 로드맵에만 안주하지 말고, 지금 당장 공공이 책임지는 ‘돌봄 국가책임제’의 물적 토대를 닦고 초석을 견고히 굳히고 사회적 인프라(Infra)를 다지는 데 행정 역량을 총력 집중해야 한다. 사회적 인프라(Infra) 구축과 제도적 재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통합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며, 종국에 이르러서는 ‘돌봄 국가책임제’라는 시대적 과제의 동력을 약화(弱化)시킬 뿐만 아니라 복지사회의 길도 요원(遼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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