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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 5월 2일 발표한 ‘2025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6.38(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최근 고환율 기조가 수입원자재 가격, 출고가 등에 전이되면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공식품이 4.1% 올라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 끌어올렸다. 2023년 12월 4.2% 오른 뒤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전달 대비로는 0.5% 포인트 상승했다. 물가변동 폭이 큰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하여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도 7개월 만에 2.1%로 상승해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 길어진 내수침체와 휘청이는 수출로 경제가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와중(渦中)에 물가까지 들썩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초 전년 동월 대비 1월 2.8%에서 출발하여 지난해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에서 점차 하락하기 시작해 4월(2.9%), 5월(2.7%), 6월(2.4%), 7월(2.6%), 8월(2.0%)로 2%대를 유지하더니 하반기에는 9월(1.6%), 10월(1.3%), 11월(1.5%), 12월(1.9%)로 4개월(9∼12월) 연속 1%대를 유지하다가 환율 급등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면서 올해 1월 2.2%로 올라선 뒤 1월(2.2%), 2월(2.0%), 3월(2.1%), 4월(2.1%) 4개월(1월∼4월) 연속 2%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하락추세로 돌아섰는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른 것은 식품 가격 상승 영향이 크다. 가공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 끌어올렸다. 외식물가도 3.2% 오르며 지난해 3월(3.4%)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1% 올랐고, 기대 인플레이션은 2.8%까지 상승했다. 또한, 생활물가지수는 2.4% 상승했고, 전월세포함생활물가지수는 2.3% 상승했으며,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1.8%, 농축수산물은 1.7%, 공업제품은 1.5%, 전기·가스·수도는 3.1%, 서비스는 2.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비스 물가는 2.4% 상승했다. 공공서비스와 개인 서비스 물가가 각각 1.3%, 3.3% 오르면서다.
아직 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발(發) ‘관세전쟁’이 촉발할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관세전쟁’ 여파로 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세계 경제를 직격(直擊)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발(發) ‘관세 폭탄’으로 올해 세계 성장률이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전망한 3.3%에서 0.5%포인트가 낮아진 전망치이다. IMF는 이날 미국발(發) ‘관세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가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라고 경고하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도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16일 세계무역기구(WTO)도 올해 세계 상품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3.0% 증가)보다 3.2%포인트 내린 수치다. 심지어 올해 한국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속출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한국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4월 30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는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 GDP 증감률 속보치가 -0.3%로 집계됐다고 밝혔고, 성장엔진이 꺼진 한국 경제도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0.2%의 역(逆)성장 충격에 표류(漂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1일 발표한 ‘2025년 한국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로 지난해 12월 당시 전망했던 1.7%에서 1.0%포인트나 낮췄다. JP모건(0.5%), 시티(0.6%)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0%대 성장을 점치고 있다. 한국은행(1.5%), 한국개발연구원(KDI·1.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등도 1%대 중반 수준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까지 세계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다만 국내 정치 상황이 국가신용등급에 악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 4월 1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의 정치적 분열이 지속하면 차기 정부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와 트럼프 발(發) ‘관세전쟁’으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총리·부총리 ‘3무(無)’의 헌정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가 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재정·금융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본격적으로 전가(轉嫁)되기 시작하면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가 과장된 것으로만 치부(恥部)할 수 없다. 지속하는 고환율(원화 약세)과 대선 정국에서 남발될 수 있는 ‘포퓰리즘(Populism)’ 공약도 물가 상승을 염려하게 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대내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면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 수익은 악화하고, 서민들 삶은 팍팍해진다. 국내 정치 상황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기는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막는 데는 한마음이어야만 하는 당위(當爲)이자 근본 이유(理由)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요소들을 면밀하게 살펴 선제 대응해야만 한다.
정부는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당장 이번 달부터 풀겠다는 계획이지만, 정국 불안에 추경안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1분기 역성장 등 경제 난맥상이 가시화하면서 침체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을 반영해 산불피해 복구와 소상공인, 건설업 지원 등에 대한 지원책을 대폭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리스크(Risk) 최소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 기조를 다잡아야 한다. 특히 통상 협상에서 기존 협상 구조와 책임 체계를 유지해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리스크(Risk)로 전이(轉移)되지 않도록 각별 유의해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경제 역성장에 제동을 걸고 저성장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수를 진작시키고 장기적으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만 한다. 내수 회복의 진정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통상 대응과 신성장 동력 육성, 취약계층 핀셋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 구조 개혁 결과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채산성이 좋아진 기업이 투자에 나서고, 이는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으로선 미국 경제의 특정 경로만 전제한 대응은 위험하다. 장기적으로는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을 다변화하며 산업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미국 경제의 향방에 따른 탄력적인 재정·통화 정책 대응도 우리로선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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