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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와 연구기관의 우려에도 정부는 낙관론에 빠져 있어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월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9회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경제 성장전략을 설명하면서 “증시는 추경, 상법 개정 등 정책 효과에 힘입어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주가지수 상승률을 기록했다.”라며 “내년 초에는 2026년 경제 성장전략을 발표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이루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거시경제·민생안정 부분에는 부동산, 물가안정, 소상공인·서민 관련 경제전략을 배치했다”라며 “성장동력 확충에는 국가전략산업 육성, 경제혁신 본격화, 신(新) 대외경제 전략 추진, 인적자본 극대화 등을 배치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양극화 구조 극복에는 지역 균형 성장, 대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 상생 및 중소기업 성장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됐다.”라며 “산업안전 투자 확대는 안전 투자 금융지원 인센티브 확대, 건설공사 안전관리 강화 등의 내용인데, 여기는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증시는 추가경정예산, 상법 개정 등 정책적 효과에 힘입어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주가지수 상승률을 보였다. 11월 7일 기준 46.6%”라며 “이러한 경기 회복 및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이어받아 내년에는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어 잠재성장률(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 반등의 원년을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책 역량을 집중하라!”라며 잠재성장률 제고에 힘을 실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고 있다고 할 정도로 성장률 추락이 가파른 상황에서 참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다. 특히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4년 연속 하락 추세(趨勢)다. 2000년대 초 5% 안팎에서 올해 1.9%로 사상 처음 2% 아래로 추락했다. 2030년대에는 0.7%, 2040년대에는 0.1%로 사실상 ‘제로 성장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비관적 예고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성장이 없으면 민생도 복지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성장 드라이브 예고는 더없이 반갑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비교적 원만하게 마무리됐고 반도체 호황을 앞세운 경제지표 호전도 가시적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불안하긴 하지만 코스피(KOSPI) 지수도 4,000대에 안착했다. 하지만 정부는 작금의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환상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여건이 내년에는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한·미 관세 협정이 타결되기는 했지만, 공동 설명 자료인 ‘팩트 시트(Fact Sheet)’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와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연방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협상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파르게 오르는 원·달러 환율도 불안하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원이나 크게 오른 1,463.3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460원을 돌파한 건 지난 4월 10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환차익을 겨냥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당·정은 수출·환율 불안 속에 놓인 기업들을 돕기는커녕 노란 봉투법, 상법 개정 등의 강행 처리에 이어 주요 경쟁국보다 훨씬 높은 온실가스 감축 방안까지 확정하며 기업 옥죄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제라도 기업 발목 잡기를 멈추고 수출·환율 불안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특별법과 K스틸법, RE100 산업단지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기업의 투자·고용 의지를 북돋워 줘야만 한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책 포트폴리오(Portfolio)에 구조개혁 등 정공법(正攻法)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내년도 확장재정이 예고된 가운데 지방선거까지 끼어 있어 재정 포퓰리즘(Populism)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소비 회복에 따라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정부의 확장적 정책 기조는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점차 정상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KDI는 지난 11월 11일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GDP 증가율을 0.9%로 제시했다. 앞선 8월 전망치 0.8%에서 0.1%포인트 상향했다. 내년도 성장률은 1.8%로 기존 전망치인 1.6%에서 0.2%포인트 높였다. KDI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매년 GDP 대비 4%를 상회하고, 국가 채무 비율도 연평균 2.2%포인트씩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큰 폭의 재정 적자 흐름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1.2%를 기록해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현재 1%대인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재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심각한 부진에 빠진 철강과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을 구조 조정해 효율을 높이고,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을 과감히 정리해 제 몫을 하는 기업을 늘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KDI에 따르면, 국민소득 대비 ‘순(純) 해외투자’ 비율은 2000∼2008년 연평균 0.7%였지만, 2015∼2024년엔 4.1%로 5.86배가량 늘었다. ‘순(純) 해외투자’는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에 투자한 돈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돈을 뺀 것이다. 다만 경기가 회복 국면을 보이더라도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가 ‘잠재성장률 3% 회복’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서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구조개혁을 가속화(加速化)해야 한다. 장기적인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 앵커(Anchor │ 닻)’를 도입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줄이고 혁신과 인공지능(AI) 대전환의 이점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문제는 내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대략 1.5~1.8% 수준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책만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기에 구조적인 정책들을 병행해야만 한다. 수출과 환율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경제를 떠받칠 최후의 보루는 결국 기업임을 각별 유념해 유망한 혁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 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한다. 내수를 활성화 하고 한국의 수출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인력 재배치와 조정을 더 쉽게 하고,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노동 개혁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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