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종교 자유와 국가 권력: 절차적 정의가 무너질 때

백진욱 기자 / 기사승인 : 2026-01-19 15: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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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1월 15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 개최한 종교탄압 규탄 결의대회가 경기도청 앞에서 진행됐다.[제공=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국제인권규약(ICCPR) 제18조는 누구나 자신이 믿고 싶은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믿음을 실천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권리는 예배와 교육, 전도 등 단체 활동을 포함한다. 그리고 누구도 종교를 강제로 갖거나 버리도록 강요받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아래 사례인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국가들과 미국,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 중 정부가 특정 종교 단체의 활동을 전면 금지한 사례는 없다.

2017년 러시아 대법원에서 여호와의 증인 단체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규정해 해산 명령과 전국적 활동을 금지한 사례가 있다. 이 결정으로 해당 단체는 존립의 위협을 받는 상황을 맞이했다. 당시 UN 인권 전문가들과 국제 인권기구는 국제인권법 위반이라며 러시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 이유는 “국가가 특정 종교를 ‘극단주의’로 낙인찍어 해산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해산 명령은 해당 단체의 폭력 또는 증오 행동과 관련된 분명한 증거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ICCPR 제18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종교 단체 전체를 해산하고 재산까지 빼앗는 것은 문제의 정도에 비해 과도한 조치라고 평가 받았다.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우리에게 ‘국가가 종교 자유의 최종 심판자가 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진다.

과거 전두환 정권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헌법과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독재 정권이었다. 이러한 통치 아래 시민들의 민주주의 요구는 억압됐다. 광주민주항쟁은 그 결과로 발생한 시민 저항이자 독재의 폭력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당시 정권이 사용한 프레임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와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 예외적 조치가 필요하다”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중요한 판단을 법원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쪽에서 먼저 결정했다는 점이다. 권력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최종 판단자가 된 구조였다. 즉, ‘누가 국가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인지, 어떤 조치가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권력이 직접 규정했던 그 구조가 독재를 가능케 했다. 오늘날 이 프레임을 종교 문제에 적용하면 유사한 위험이 발생한다. 정치 권력이 특정 종교를 ‘사회적 해악’으로 규정하며 “종교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고 선언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순간 판단의 주체와 절차, 한계점에 대한 질문은 차단되고 만다. ‘누가, 어떤 절차로, 어느 선까지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배제된 채로 권력이 판단을 선점하는 순간, 헌법 위에서 국가가 최종 심판자가 되는 구조로 이어진다. 이는 민주주의에 구조적 위험을 초래한다.


오늘날 국가가 특정 종교를 ‘사회적 해악’으로 규정하며 그 존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헌법과 국제 인권 기준 모두에서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종교는 ‘신념’이라는 개인적·집단적 자유와 깊이 연결돼 있어, 정치적 인기나 일시적 여론에 따라 권리가 쉽게 침해될 위험이 크다. 이에 따라 종교의 자유는 다른 자유보다도 더욱 엄격한 보호가 요구된다. 물론 이는 국가가 종교 단체와 관련된 범죄나 위법 행위까지 방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범죄 행위 자체가 아니라, 종교 단체 전체를 규정하고 다루는 방식과 절차에 있다.

러시아의 여호와의 증인 해산 사례, 군사정권 시절의 ‘비상 상황’ 논리, 그리고 최근 특정 종교를 ‘사회적 해악’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공통된 구조를 가진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판단의 주체였고, 그 판단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에 있다. 앞선 사례들은 절차적 정의가 무너지는 순간, 정의는 법의 언어가 아니라 헌법 위에 선 권력의 언어가 될 뿐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종교 단체로 인한 피해를 이유로 국가가 다수결의 동의를 근거 삼아 해산을 주장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기본권은 다수의 찬반으로 제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헌법과 법치, 절차적 정의가 우선돼야 한다.

 

특히 종교 문제에서 신념의 진위는 국가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가는 특정 종교가 옳은지 그른지를 가리는 심판자가 아니라, 판단이 이뤄지는 절차가 헌법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보장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따라서 종교 단체의 존립 여부 판단은 반드시 독립된 사법 절차와 비례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 사회적 폐해를 막겠다는 명분이 지나치면 자유와 법치를 해칠 수 있다. 어떤 명분이든 국가 권력이 더 많은 힘을 가지려는 순간, 보호는 통제로 변질되고, 그 순간 민주주의는 독재로 기울기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 천주교 초기 신자들이 박해받고 순교를 했고, 개신교 내 ‘이단’으로 지목됐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어느 시점에 주류 교단으로 자리 잡아 이단이라는 프레임을 걷어냈다. 이는 종교의 사회적 평가가 시대에 따라 급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반 고흐, 모네, 미켈란젤로와 같은 혁신적 예술가들 작품은 생전에 권력 단체나 다수에게 ‘위험한’ 것으로 비난받았다. 이후 시대가 바뀐 뒤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와 같이 종교의 사회적 지위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기에 단기간 여론이나 권력에 의해 결정될 수 없다. 따라서 종교 단체를 단기적 문제나 정치적 편의로 규정하고 해산을 논하는 것은 헌법과 국제인권 기준 모두에서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덴마크에서 실제 성과로 나타난다. 헬레 토니센 전 총리는 “사회는 정부가 모든 시민을 종교와 상관없이 똑같이 존중하고, 시민이 자신의 권리가 보호된다고 믿을 때 가장 잘 기능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덴마크는 180개국 중 공공부문 부패가 가장 낮은 국가 1위로, 정치 만족도와 신뢰 수준에서 세계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종교 자유와 시민의 권리를 고민할 때, 상호 신뢰와 절차적 보호를 바탕으로 차별 대신 평등과 공존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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