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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열린 지난 7월 10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코멘트(Comment)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나 완화적인 통화정책 선호 입장인 ‘비둘기파적(Dovish)’이긴 했으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없었다. 올해 0%대 성장률이 전망되는 등 저성장 고착화 우려에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컸지만,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가는 부동산과 가계대출 불씨만 되살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까지 낮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도 집값 동향과 가계대출 추이, 오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 등을 지켜본 뒤 오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예상된다.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부양 목적 한 가지만 보면 당연히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경기 하방 압력 우려에도 금리를 동결한 것은 ‘신중파’의 목소리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한 달여 전의 중론이 금세 소수 의견이 된 셈이다. 그만큼 가계 부채 불안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무엇보다 주택 시장의 추세적 안정에 대한 확신이 빠르게 줄었다는 뜻이 된다. 섣부른 기대심리를 불러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은 피했다. 정책 효과를 좀 더 지켜보며 정책 결정 여력을 남겨두는 통화정책 스탠스(Stance)가 지금은 더 적확(的確)하고 효과적인 해법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6·27 부동산 대책이 무색할 정도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8월 28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 2025년 8월 4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8월 넷째 주(8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반적으로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재건축 추진 단지 및 정주 여건이 양호한 대단지·학군지 등을 위주로 매매가격은 0.08% 상승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집값 불안을 금리동결 배경으로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리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라면서도 “유동성을 과다 공급함으로써 집값 상승 기대를 부추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8월 1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 폭이 지난 6월보다 38.72% 축소됐다. 4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58조 9,734억 원으로 전월인 6월보다 4조 1,386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 3월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지난 3월 1조 7,992억 원이었던 증가액은 4월 4조 5,337억 원, 5월 4조 9,964억 원, 6월 6조 7,536억 원으로 폭증했었다. 그러나 ‘6·27 대책’효과로 7월 들어 4조 1,386억 원 증가에 그쳐 6월 증가액 6조 7,536억 원보다 2조 6,150억 원(38.72%↓)이나 줄어들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금리를 성급히 내리다가는 가계 부채와 집값 상승세가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연 4.50~4.75%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2.50%는 역대 최대(상단기준 2.0%포인트)로 벌어진 한·미 금리 격차로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와 낮은 성장률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민간 소비와 투자 모두 부진한 데다, 미국 관세 충격까지 덮치면서 경기 회복 동력은 크게 약화한 상황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고금리가 지속하는 한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통화 완화 기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데는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 쿠폰’ 등 31조 8,000억 원의 2차 추경의 효과 전망치 0.1%포인트가 상향조정의 배경이다. 앞서 13조 8,000억 원 규모의 1차 추경 때도 0.1%포인트 효과가 발생한 바 있다. 정리하면 45조 6,000억 원 정도의 추가경정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성장률 상향 효과는 0.2%포인트에 그쳤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1.6%)도 그대로다. 확장 재정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노정(露呈)된 셈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집값·가계대출 추이와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을 지켜본 후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만 안정되면 언제든지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셈이다.
내수 진작과 성장 회복을 위해선 결국에 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수순(手順)일 수밖에 없다. 미국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여전해 경기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물론 재정·통화정책의 공조를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가계 부채와 집값부터 잡아야만 한다. 실효성 있는 주택 공급 대책을 속도감 있게 내놓아 시장 불안을 잠재워야 한국은행도 더욱더 과감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 이렇듯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쪽으로 깜빡이를 켰지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정부가 곧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673조 3.000억 원) 대비 56조 7,000억 원(8%↑) 안팎이나 늘어난 730조 원대의 초(超) 슈퍼 예산 편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제 때에 적절한 통화정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자칫 국가채무만 늘고 경기 부양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인해 선제적 행동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집값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재정과 통화가 제대로 된 시너지효과를 내려면 금리 인하의 ‘골든타임(Golden-time)’을 놓쳐서는 결코 안 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적절한 시기에 금리 인하로 뒷받침하는 정책 조합에 나서서 재정 부담을 줄이고 경기 부양 효과를 높여야만 한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 활력과 시장 역동성을 살리는 고강도 구조 개혁뿐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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