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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그 해답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 가운데도 국회의 표결 절차에 문제가 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 9월 11일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과 21일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은 무기명투표였다. 이 의결 절차는 민주주의 원칙과 모순하고 있다.
즉, 무기명투표로는 국회의원의 표결 행동이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무기명투표를 원칙으로 하는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국회의원 의사가 분명하게 국민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이 상태라면 누가 찬성인지 반대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
물론 당론이란 것이 있어 그 상상은 가능하다. 하지만, 무기명으로 투표하는 국회의원의 표결 모습은 국민 앞에서 마냥 비열했다. 주권자 국민 앞에서 떳떳이 자신의 표심을 드러낼 수 없을까. 적어도 국민대표라면 국민 앞에 중요 국정에 관한 자신의 태도를 밝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국회법은 어떤지 살펴보자.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기타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제112조 제5항) “국회에서 실시하는 각종 선거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무기명투표로 한다.”(동 제6항) “무기명투표” 단어가 무려 17개나 검색 됐다.
정녕 국회는 무기명투표란 비밀 표결이 필요한가. 원래 그리스시대에는 중요한 관직을 제비뽑기로 정했다. 제비뽑기란 별 이득이 없고 의무가 과중한 자리를 정할 때 사용되었다. 차츰 명예가 주어지는 관직을 탐하는 사람이 많게 되고 서로 경쟁하게 되어 선거라는 관직의 선출 방법이 나왔다. 그런데 선거에서 비밀이냐 공개냐 라는 투표 방법이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비밀선거가 민주주의 확립에 필수 요소가 됐다.
그러나 의회 내의 표결에서 무기명투표는 비밀선거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의회 내에서는 의원이 국민을 대표해서 국정에 대해 의결한다. 따라서 전 국민의 대표가 되는 의원은 양심에 따라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그 표는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 원칙이자 직접민주주의 대행이다. 공개적으로 숙의하고 진지하게 표결하는 모습이 진정한 국회의 일하는 모습일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의 의회에서 이뤄지는 표결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호명투표(Roll call vote, Voice vote), 기립투표(Rising vote), 거수투표(Show of hands)가 있다. 가령 미연방 상원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은 호명투표로 이루어진다. 의장이 일일이 의원의 이름을 거명하고 해당 의원은 예(("aye", "yes") 또는 아니요(“no”)로서 대답해야 한다. 물론 호명 시에 즉답하지 않을 수 있다. 15분 이내에 투표하면 된다. 그 사이에서도 교섭이 이루어진다. 최후 순간까지도 대결과 타협의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대해 장막 뒤에서 무기명으로 표결한다. 이런 모습이 과연 국민에게 일하는 국회로 비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장막에 숨어서 무기명으로 투표하는 국회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당당하지 못하다.
앞으로도 국회에서는 의결할 사항이 많다. 특히 새로운 헌법재판소장의 임명동의안이 남아있다. 국회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굳이 개정하지 않아도 즉시 중요한 안건에 대한 국회의 표결 방법이 기명이나 호명으로 의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직도 군사독재의 잔재로서 국민을 멀리하는 무기명투표의 국회 관행은 개혁돼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에게 국회가 일하는 모습으로 다가설 수가 있을 것이다. 조규상 박사(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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