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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예기치 않은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와서 기업경영은 투명성도 높여야 했고, 경영체질도 영업수익성이나 재무안전성을 증진시켜야 했다. 그런 노력이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하여 기업 전반에 체질 개선의 영향을 미쳤다. 그로써 우리 수출을 선진국향 고급기술과 고가상품으로 고도화하려는 즈음에, 불쑥 2008년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즉시 선진국 시장은 닫히고 개도국으로 돈들이 이동했다. 게다가 금리가 내려가고 돈이 풀리면 바로 중저가품 수요가 부풀려지게 되어 우리 같은 공급국가는 산업기술과 기업 체질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쉬운 품질에 낮은 물건들이 바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국제사회에서 갑자기 중국으로의 공급경제와 수요경제가 급증한 이유가 바로 미국발 낮은 금리와 달러의 양적완화였고, 이는 곧 한국의 중국향 수출급증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고도성장은 이런 배경을 지녔다.
이제 막 버리려던 산업에서 한국은 뜻밖의 중저가품 말년 호황을 만난다. 더불어 뜨거운 중국의 생산열풍이 한국으로 불어와 부품, 중간재, 소모품, 자본재, 소비재 등의 공업용 상품들과 민간수요재의 중국 수출이 봇물을 이루게 되었다. 인천항의 유명한 보따리 장사 호황도 이 시절이다. 우리에겐 독이자 약인 시기였다. 이 바람에 휩쓸려 중국에 들어가 돈을 조금 벌기도 했지만, 큰 손해를 보거나 전부 망하기도 한 한국기업은 즐비하다. 롯데, 아모레 등이 그런 경우이고, 이랜드도 그중 하나다.
원래 우리는 중국을 상대로 오래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1980년대 수출 초기에 이미 터득했었다. 1980-1990년 대의 중국사업 진출을 통해 배운 점은 그들이 금방 기술모방으로 따라온다는 것도 알았고, 그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기도 힘이 드는 나라라는 것도 잘 알았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난제 중의 난제였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도 중국을 너무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있던 차에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터지고,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를 취하면서 그 돈들이 대거 중국을 향한 것이다. 일거에 중국으로 간 그 돈들은 중국 전역에서 철로나 길을 내고, 공장을 세우고, 아파트를 짓고, 소비자를 늘려나갔다. 중국의 시진 핑이 아직도 중국을 거대한 경제강대국으로 착각하는 힘도 그가 그 정점에서부터 집권한 탓이다. 또 서방이 중국의 경제패권을 스스로 키운 원죄가 있다.
1999년 이후부터 내실을 키우며 국제수지가 개선된 우리는, 중국 덕분에 이 시기에서부터 기록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당연히 중국으로의 때아닌 수출이 가져온 횡재 같은 선물이었다. 지금 우리는 그 단물 처리에 어려움을 만났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수출산업 구조는 점점 중국을 대형소비처로 인식하면서, 부품과 중간재 공급지로 편하고 유리하게 의식하고, 점차 줄여오던 중저가급 물건을 더 많이 만드는 나라로 후퇴했다. 적어도 2005년경부터 마음먹었던 수출산업 구조고도화 계획이 중국의 등장으로 희미해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차화정(자동차,석유화학, 정유)으로 불려지는 산업에서 그 후진 효과는 두드러졌다. 의류, 신발, 화장품, 제약, 유통 등의 중국 수출도 지금 생각하면 잠깐의 마약이었다. 철강과 정보통신기기 등도 조금 뜨다가 말았다. 이런 붐에 휘둘려 중국으로 달려간 병원, 호텔, 부동산업자, 은행이나 금융투자회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다 지난 일들이다.
미국의 탈 중국 압박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이제라도 중국과 한국의 새로운 거래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우리가 적극 개척하기에는 생산기술과 공급시설이 많이 좋아진 나라이고, 또 중저가품 공급력은 스스로 넘치는 나라이다. 곧 머지않아 세계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상대이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를 위해서도 서서히 각자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중국은 그들의 팬데믹 대응 방식으로도 보았듯이 시장으로도 아주 불규칙하고 까다로운 나라이다. 이제 지금이 중국으로의 수출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적절한 시기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보면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가 넘는 지금, 2000년 이전처럼 10% 이하로 줄이는 게 좋다. 대미 수출비중이 늘 20%가 넘었다가 지금은 15% 이하인 우리나라는, 중국 비중은 2021년 25%에서 2022년 23%로 조금 내려왔지만, 일본으로의 수출바중은 늘 10%가 넘다가 지금은 5%가 안 된다. 선진시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로선 그동안 제조업 선진화가 15년 정도 늦어진 셈이지만, 아직 그리 많이 늦지는 않다. 요즘 이제부터 대중국 수출비중 축소가 우리나라의 저 원화(환율상승)의 배경이기도 하고, 최근의 무역수지 적자도 그 비용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으로 우리 국민들은 지금 불편하고 불쾌한 심정을 애써 누르면서, 마침 우중에 한국을 찾아온 일본 총리의 방한 소식을 지켜보았다. 경제 수준이 서로 비슷하고 서로 협력이 가능한 대상인 한일 간의 교역과 교류 개선이 불가피하다. 또 같은 아시아 대표 선진국으로서 공동 협력하여 서방 선진국들의 경제동맹 결성에 대응해야 하는 미래 방향성을 이해면서도, 국민 저마다 복잡한 일본에 대한 역사 감정을 성숙하게 조절하고 있는 “삭히고 눅이는 시간”을 보내는 안쓰러운 모습들이다.
이 또한 과도한 중국과의 수출입 거래를 조절해야 하는 손절 비용의 하나이다. 참 작고 외진 나라의 “선진국 하기”가 이렇게 지난하다. (국제과학기술투자경영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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