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경상수지 27개월 연속 흑자 이면에 잠복한 ‘수출 절벽’ 비상경고등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9-12 13: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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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우리 경제의 2025년 7월 경상수지가 107억 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긴 연속 흑자 기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4일 발표한 ‘2025년 7월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수출은 597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 584억 6,000만 달러보다 13억 2,000만 달러(2.25%) 늘었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02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7월 85억 2,000만 달러와 비교해 17억 5,000만 달러(20.53%)나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9월 1일 발표한 ‘2025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한 584억 달러, 수입은 4.0% 감소한 518억 9,000만 달러, 무역수지는 65억 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였다. 이번 수출 실적은 역대 8월 중 최대치이며, 6월부터 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하였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은 5.8% 증가한 26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8월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와 자동차의 역대급 호실적에 힘입어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의 상호관세와 품목별 고율 관세가 본격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대미 수출은 12%나 급감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15대 주력품목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선박 3개 품목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전년 대비 27.1% 증가한 151억 달러로, 불과 두 달 만에 사상 최대실적을 다시 경신했다. 전체 수출의 25.9%를 차지하며 단연 1등 공신이었다. D램 DDR4 고정가격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5달러를 돌파했고, DDR5도 석 달 연속 5달러를 웃돌며 단가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통계 내용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불안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경상수지(142억 7,000만 달러 → 107억 8,000만 달러)와 상품수지(142억 7,000만 달러 → 107억 8,000만 달러) 모두 2025년 6월과 비교(131억 6,000만 달러 → 102억 8,000만 달러)해 되레 24.45%, 21.88% 이상 각각 감소했다. 특히 올해 7월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였던 올해 6월(142억 7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24.45%나 줄었다. 경상수지에서 큰 폭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도 전 달(131억 6,000만 달러)과 비교해 21.88%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경상수지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난 9월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올해 평균 5.1%에서 내년에는 4.4%로 0.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비율은 지난해 5.1%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내년부터는 하락 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씨티그룹은 내년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4.4%로 0.2%포인트 낮췄고 JP모건은 4.9%에서 4.8%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경제성장률이 정체하고 있는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 폭의 감소 추세가 가팔라지면 우려했던 ‘수출 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은 “8월부터는 미국발(發) 관세 인상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치는 7월 말 전망(4.8%)보다 상향 조정을 했지만, 내년도 전망은 유지했다. 글로벌 IB 8개사는 한국 경제가 올해 1.0%, 내년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7월과 동일했다. 경제 규모는 성장하는데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줄어든다는 건 수출 전망이 그만큼 밝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의 77%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100억 달러(약 153조 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내년 흑자 규모는 850억 달러로 예상했다. 흑자 규모가 250억 달러(22.72%↓) 줄어드는 셈이다. 올해와 내년 흑자 규모 격차는 올 5월 전망에서 100억 달러였는데 석 달 사이에 2.5배나 커졌다.

한국은행은 내년 세계 교역이 2.4% 증가하더라도 우리나라 재화 수출은 미국 고관세 영향과 올해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0.1%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구조가 강화되면서 세계 교역과 한국 수출의 동행성(同行性)은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내년 수출 경로를 둘러싼 하방 요인을 관세·비관세 장벽 확대에 따른 가격·납기 불확실성 증대로 꼽고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완제품뿐 아니라 중간재 흐름에도 차질을 빚게 해 물량·단가에 동시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또한, 올해 가격·물량 반등의 기저가 높아진 상황에서 내년에는 같은 증가 폭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 통계상 둔화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가 심화하면 중간재 교역 강점이 큰 한국의 수출은 방향 전환을 요구받게 된다.

결론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한국은행 모두 올해 정점 이후 내년 축소를 가정하고 있는 만큼 관세 변수와 기저효과, 반도체 편중의 삼중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내년 초부터 물량지수, 수출단가, 재고·설비투자, 서비스수지의 흐름이 예상보다 견조(堅調)하게 나오면 수출 절벽 우려는 다소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관세 확대나 반도체 가격 조정폭이 커지는 경우 경상수지 및 GDP 비율의 하락 폭은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수요 둔화와 가격 조정이 겹치는 구간에서 시장·품목 다변화와 통상 대응, 물류·금융 지원을 동시에 가동해 충격을 분산시켜야 한다. 특히 내년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좌우할 분기점은 수출 채널의 속도 관리에 달렸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란 사실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통상 환경 등 외부 요인의 변화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수출까지 둔화하면 경제 침체는 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후속 관세 협상에 대한 치밀한 준비와 더불어 수출 시장 다변화, 대중국(對中國) 경쟁 우위 품목 발굴, 내수 기반 확충 등 우리 경제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하는 이유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수출 활로를 넓혀 재도약하느냐 저성장 고착화 길로 들어서느냐 기로(岐路)에 서 있다. 허울만 좋은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안주하지 말고 팽팽한 긴장감을 견지하고 민·관이 ‘원팀’으로 산업 전반의 구조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수출에 가속도(加速度)를 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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