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길청 칼럼 > 남 앞에서 하는 말

심귀영 기자 / 기사승인 : 2019-12-28 13: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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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다보니 대중 앞에 서거나 방송을 하는 경우가 좀 많은 편이다, 본업은 투자분석가이고 대학선생인데 사실은 과분한 성원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그래서 그로인한 무게감이 참 크고 언제나 막중하다. 그런데 종종 방송에 나가면 우리처럼 대중이 꽤 알아주는 사람들을 조금은 부러워하는 분들을 본다. 어쩌다 한번 방송을 타게 되면 그것을 홍보효과로 여기고 여기저기 대중강의를 한다는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주로 있다.

 


그런 분들을 외부 사회강의 현장에서도 가끔 보는데 주로 가져오는 주제들이 행복론이나 성공학이나 인생여담이나 부부관계론이나 자녀교육 등에 대한 생활주제들이 많은 편이다. 물론 공부도 많이 하겠지만 대체로 어딘가에서 강의를 좀 한다는 이력을 가지고 다니면서 일반인에 비해서는 입담이 좋고 앞에 나서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분들인 것 같다.


사실 우리 사회는 대개의 평범한 사람들은 다른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참으로 저어(be afraid)한다. 한국인 정서로는 조심스럽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하고 자기 내용에 그다지 자신이 없기도 해서이다.


그런데 앞서의 저런 분들은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한다고 했겠지만, 더러는 그 내용이 그다지 자기학습의 깊은 결과물이 아닌 조금 어설픈 인용과 강변성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갈무리하여 열강 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근자에는 인문학의 깊이 있는 세계에도 소위 입시학원가의 인강출신 강사란 사람들이 나서서 방송을 타는 경우도 본다.


일생을 짧은 어느 한 기간 또는 특정한 한 인물의 역사를 공부하며 단 몇 편의 논문에 혼을 토하는 경륜의 역사학자들이 상아탑에 수도 없이 많은데, 말하는 기법이나 표현의 재주를 중심으로, 또는 연출형식의 강의연기 수준으로 소위 시사성 사건이나 흥미로운 야설 등으로 대부분의 역사를 미디어에서 넓게 깊게 일갈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본다. 사실 학교는 역사관련 학위가 가장 따기 어려운 깊은 학문의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중대한 용기이고 높은 생의 가치이다, 그러나 말은 그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세치 혀로 말을 하는 것이지만 SNS나 대중 앞에서는 그 엄중함이란 한없이 무겁고도 진중해야 한다.


요즘은 카톡이다 밴드다 인스타 그램이다 유튜브다 팟케스트다 하여 개인들의 표현채널들이 많다보니 말의 경로도 참으로 많다. 그러나 그곳의 말이나 대중 앞의 말이나 내 입을 떠나면 책임감이나 진실성은 모두 다 같다. 특히 자기 확인도 없이 여기저기 마구 퍼 나르는 것은 참으로 이런 책임의 용렬한 전가일 수도 있다.


학교는 무엇보다 타인의 인용과 다른 지식의 표절을 가장 중하고도 엄격하게 다룬다. 그런데 요즘 대중 가운데서는 무시로 남의 것을 마구 퍼 나르고 자기 식으로 마구 주장하고 심지어 공연한 날조와 조작도 한다. 특히 작가나 등으로 유명세를 타는 이들 중에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가리지 않고 누가보아도 안정감이 지극히 낮은 심정으로 사자후를 토한다. 그건 유명인일수로 더욱 자신의 지성과 대중의 소통품격을 위해서도 더욱 자제하고 한층 신중하고 본을 보여야 한다. 누군 할 말이 없고 정말 입이 없어서 다물고 있는 게 아니다.


분명 내가 아닌 다수를 향하는 SNS는 사회적인 개인 언론활동이고 반드시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누구도 누구를 충분한 논거 없이 입증 없이 함부로 힐난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 매일 넘쳐나는 거리의 정치적 주장도 누군가 특정한 사람을 향하는 것이면 그 책임과 표현윤리의 범주나 깊이는 같다고 본다.


말로 재미 보거나 말로 흥한 자는 반드시 말로 다치고 종국은 그 말로 망한다. 사람들을 찌르고 할퀴고 덮어씌우는 익명의 댓글은 이제 법률적 표현규정과 표현양식을 신중히 사회적 논의로 만들 때가 되었다. 특히 나이든 사람은 소위 나이 값도 해야 한다.


목하 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 영혼 없는 정치평론가들이 넘치고도 넘친다. 부디 한국인이라면 말은 천금 같이 하고 귀는 겸허히 열어두고 언제나 관대하고 신중하게 세상을 살펴보자. 오늘의 놀라운 정보기술은 막말하고 공격적이며 무도한 사람들을 위해 만든 문명의 선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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