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맨해튼과 함께 전 세계 금융시장의 양대산맥인 런던의 금융가인 시티오브런던은 런던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뒤 대규모 인력유출 위기에 처해 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미국 4대 투자은행(IB)이 런던이 금융중심지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진은 시티오브런던 전경. (사진 출처 = 플리커) 2016.07.08
[세계타임즈 심귀영 기자]미국의 채권 금리가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승리 이후 꿈틀거리자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경보음이 요란하다.
런던과 홍콩, 뉴욕, 시카고, 로스엔젤레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을 헤집던 저금리 자금이 '부동산'에서 '국채'로 유턴하며 시장이 주저앉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글로벌 사모펀드의 부동산 순 매도 규모가 190억 달러(약 22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각국의 사모펀드들이 올 들어 팔아치운 상업용 부동산이 매입한 땅이나 건물 등에 비해 무려 20조원 이상 더 많다는 뜻이다.
미국의 블랙스톤은 상업용 부동산을 매각하는 대표적 사모펀드다. 이 사모펀드는 지난달 중국 하이난항공그룹(HNA)에 미국 힐튼호텔 체인인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의 지분 25%를 매각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중국의 안방보험측과 다시 23억 달러(약 2조7004억원)에 달하는 일본 내 자산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부동산 매각에 나선 데는 상업용 부동산이 올들어 과열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을 반영한다. 런던과 홍콩, 뉴욕, 로스엔젤레스, 시카고를 비롯한 주요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평당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난 2008년 직전의 정점보다 더 높다. WSJ은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를 인용해 이같이 분석했다.
런던에 있는 자산운용사인 헤르메스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 테일러 최고경영자(CEO)는 “저금리가 길어지며 부동산 시장에는 위험 요소가 불거졌다”면서 “부동산 가치는 경제기초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양적완화로 풀려나온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들쑤시며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꿈틀거리는 미국의 채권 금리 또한 이러한 부동산 매도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이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양 축으로 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자 채권 금리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른바 '트럼플레이션(트럼프발 인플레이션)'이 맹위를 떨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이러한 금리 상승은 '돈값'을 올려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던 '저금리 유동성 장세'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 중동 지역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부동산을 선호하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올랐지만 아직은 부동산과 수익률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유로존에서 국채 10년물 이자는 마이너스지만,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률은 아직 연 4.5%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변수로는 미국의 국채 금리가 꼽혔다. 미국의 물가가 꾸준히 오르고, 연준이 공세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미 국채금리도 꾸준히 오를 수 밖에 없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탈 부동산 바람은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안전한 미국의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데 거품경보가 울리는 부동산에 투자할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WSJ은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제안한 공약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다면, 채권 시장은 다시 올해 초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되면서 채권 금리 또한 다시 하향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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