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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소위 깡통계좌 사건 때 일선 증권사의 본사 영업책임자로 전국 지점투자를 지휘하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다. 그리고 너무 많은 판단의 실수로 고객의 엄청난 손실을 보게 했다. 정말 부끄러웠고 다시 투자시장이 좀 나아진 1993년에 일선시장 일을 그만두고 많이 부족했던 공부를 채우려고 박사과정에 입학을 했다. 꼭 6년을 프리랜서 애널리스트로 있으면서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지난 학기까지 몸담고 있던 대학의 투자경영학 전공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는 사이에 나름대로 금융투자시장을 익힌 투자시장 후배들이 속속 이런저런 창업을 했다. 그중 한 회사는 지금은 크게 성장한 미래에셋그룹이다. 당시 업계 후배인 박 현주 회장도 이제는 나이가 60줄에 들어서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아주 어린 후배들이 창업을 한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헤지펀드 업계 1위라는 라임자산운용이다. 한참 선배로선 얼굴도 낯선 30대의 창업주 같은데, 요즘 무척 힘이 든 모양이다. 모두 창업 후 10년이 안된 사이에 회사가 커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업계 후배들의 금융투자 사업을 보고 있으려면 기대와 함께 참으로 걱정도 적지 않다. 창업하는 후배들은 대개는 대학시절부터 스스로 주식투자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지만, 본능적으로 머니게임을 좋아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투자의 전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투자를 좋아하는 것과, 평생을 남의 귀한 돈을 맡아 대신 운용해야하는 금융투자사업자는 투자시장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라야한다. 남의 돈을 맡은 전문가들은 어떤 경우라도 금융투자회사가 망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항상 시장 평균보다는 나은 작은 차이의 성과를 꾸준히 내야 한다. 그러려면 매사에 합리적인 기대상황에서 자신만의 이유 있는 차별적 행동의 가치를 발견해야만 낭패가 적다.
투자시장은 근본적으로 파도를 타거나 바람을 일으키거나 금맥을 캐는 곳이 아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어느 증권사 경영자 한 사람이 생각이 난다. 증권시장에서는 낯선 경영자가 갑자기 어느 그룹계열사의 정기인사로 산하 증권사에 대표로 들어와서는 하루아침에 바이 코리아란 이름으로 대규모 영업을 바람처럼 지휘했다.
당시 본 투자분석가의 눈에는 곧 투자시장에 위기가 오는데 그는 자기 흥에 겨워 무슨 애국자인양 그가 스스로 만든 투자상품을 전쟁하듯이 몰아붙이며 팔아 치웠고, 그의 회사는 단기간에 10조원이란 막대한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 결과로 그는 불과 얼마 후 한순간에 무너지는 환매(펀드 런)에 투자시장에 수많은 상채기를 내고 결국 자신도 후일 법정으로 갔다.
또 누구는 자기가 오너인 점을 이용하여 억지로 투자시장에 자기 그룹사의 누더기 채권을 팔게 하고 수많은 돈을 모아오게 하고는 점점 쓰러지는 자기 그룹에 몰아넣은 경우도 있었다. 직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한을 남긴 그도 그 후에 법정으로 갔다.
정말 40년을 기업자금 투자시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업에게 투자해 주시는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기 그지없다. 엄정하게 정부가 투자시장을 관리한다고 하고 있는 가운데, 명색이 투자전문가란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연구하여 국민들의 투자를 안전하게 돕고 싶은데, 이렇게 거대한 사고들이 멈추질 않는다.
평생을 큰 투자 한번 하지 못하고 한 쪽에서 시장공부나 하고 종목연구나 하는 처지이지만, 정말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 금융투자든 부동산투자든 이곳은 평생을 자기에 대한 “믿음의 시간”에 투자해야 하고 항상 인내하고 언제나 겸손하고 그리고 감사하고 또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절대 고객의 돈이나 이익에 손을 대어선 안 된다. 우리는 시장이 주는 합법적인 수입과 적절한 수고비에서 살아가야 한다.
천하의 조지 소로스가 어느 날 자기 헤지펀드를 해체하고 개인자산 운용자로 돌아갔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들과도 적대적 거래를 서슴치 않았던 그가 은퇴하면서 남긴 말이다. “이제는 절대수익의 헤지펀드를 운용할 때가 아니다”. 제로금리와 인공지능의 등장을 앞두고 한 말이다.
투자시장에서 무리하게 수익을 내려고 하면 두 가지의 행동을 해야 한다. 일시에 어딘가에 몰 빵을 해야 하고 그 매수 규모가 벼락같이 커져야 한다.
요즘 미래에셋그룹이 미국에 호텔건물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한다. 주로 자금을 해외투자에서 회수하는 중국의 안방보험사가 판 물건들을 사들인 것이라 하는데, 매수한 호텔의 수량도 많지만 대부분 계열사의 고객들이 투자한 돈으로 사들였다. 박 회장은 과거 중국 주식투자로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요즘도 홍콩에서 주로 활동한다고 들었는데 왜 그리 중국에 투자의 연을 열심히 대는지 참 궁금하다. 정말 중국은 이 백면서생 같은 책상머리 선배의 한심한 고언 같지만 금융투자 시장으로서 미래가 참 어둡고 심지어 두렵다.
게다가 호텔은 투자회임이 너무 긴 상품이고 자금회수가 유동적이지 않다. 만일 언젠가 미국에서 금리인상의 바람이 몰아친다면 투자회수에 많은 우려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은 장기적으로 고속철도로 수송망이 가고 있어서 국내이동 여객은 늘겠지만 숙박수요는 감소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게다가 외국인 입국도 점점 까다롭다.
그런데 요즘 라임자산운용이란 회사가 또 걱정이다. 6년 된 아주 젊은 창업자가 이겨내기엔 작금의 일들이 너무 큰 시련으로 보인다. 게다가 규모만 컸지 내부적으로는 소위 잘 나간다는 후배들이 갑자기 여기저기서 모여서 각자 운용하는 모양의 각개약진 투자기업으로 보여 전사적 리스크 관리가 참 약한 것으로 보인다.
정말 재무투자시장을 지키고 있는 투자분석가의 심정은 늘 편치가 않다. 항상 조금만 잘 된다 싶으면 갑자기 덩치를 키우고 큰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디벨로퍼들이나 벤처캐피탈이나 저축은행이나 거의 사고가 나는 양상은 유사하다.
장기수익률은 근본적으로 단기수익률에서 나온다. 좀 더 나온다면 유동성 프리미엄이나 재정차익 정도이다. 그 단기수익률이 선진국에선 제로를 맴돈다. 이세돌기사도 은퇴했다. 미래에 사람이 하는 “계산의 기적”은 이제 여기까지 일게다.
그래도 누구는 주식을 많이 오래 사두고 부동산에 늘 투자한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숙명처럼 남아있는 “채집”과 “저장”의 본능이라고 본다. 주식(stock), 채권(bond), 현금(currency) 부동산(real estate) 등의 단어들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얻는 합리적 기대수익이 있다면 그 요체는 보유기간수익률(holding period yield)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부유층의 세금도 이젠 보유세 라고 하지 않던가.
8천만청지기;엄길청독립미디어Global Analyst,미래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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