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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고조된 분위기 속에 모든 국민은 북미정상회담 결과에만 관심이 쏠려있다. 가까이 다가온 지방선거조차도 화제로 떠오르지 않는다. 월드컵축구도 별로 관심이 없다.
적어도 지난 3월까지는 지방분권 개헌이 여기저기서 많이 주장되었다. 그런데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지방분권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정부도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이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평화통일이란 화제에 묻혀버렸다.
이제 지방분권은 아직 요원한 일인가. 지방분권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아니다. 지방분권은 통일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필수조건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왜 지방분권과 통일은 밀접한가.
그것은 독일 통일에 대해 조금만 바라보면 이해하기 쉽다. 독일이 분단국가 당시에 서독은 지방분권 연방국가였고 동독은 중앙집권 단일국가였다. 이는 단순히 지방분권 연방국가가 중앙집권 단일국가보다 나아서 통일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독의 지방분권 연방국가는 권력이 중앙에 집중돼 있지 않은 점이 핵심이다. 당시 동독 지방에서 보기에는 자신들이 서독의 연방에 가입하면 중앙정부에 완전히 귀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치를 펼칠 기회가 많을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동독에서도 통일과 동시에 5개 주의 주정부가 구성되어 연방에 가입했다. 동독 지역의 5개주는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먼저 재정에 대한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이었다. 독일은 부유한 주정부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주의 재정을 보조해 준다. 우리처럼 중앙정부가 일괄해서 재원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수직적 재정보조금 지급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통일 당시 동독의 주들도 중앙정부보다는 서독의 각 주정부로부터 많은 재정보조를 받았다.
둘째로 정치·행정에서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이었다. 독일은 각 주정부의 대표(주정부의 각료나 공무원)가 연방상원을 구성한다. 연방상원은 각 주의 이익에 관계된 재정 및 행정 분야의 입법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동의권과 거부권을 가진다. 따라서 각 주정부는 독립성이 보장된 정책을 상당 수준까지 시행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재정과 정치·행정에서 주정부(지방정부)의 독립성은 분리와 분열을 유발할 수 있지만, 반대로 통일과 통합을 쉽게 한다. 왜냐하면 분권으로 지방은 자신들의 이익을 독자적으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앙집권적 단일국가라면 정권을 잡은 여당과 대통령이 승자독식이라는 원칙에 따라 모든 인사권과 재정집행권을 가진다. 여당을 반대하는 지방에서는 다음 선거까지 패배감과 상실감은 중앙집권의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클 것이다.
반대로 지방분권적 연방국가라면 여당과 대통령은 권력을 지방과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지방은 여당이 못되어도 나름대로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으므로 굳이 중앙정부의 권력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지방정부의 자율권이 보장된다면 연방정부의 통일성도 확보된다.
이처럼 지방분권 또는 연방국가는 통일과 밀접하다. 현재 남북처럼 이념과 체제가 다른 이질적 정치집단이 하나의 권력을 놓고 경쟁한다면 통일은 힘들거나 희생이 따른다. 그보다 남한이 먼저 지방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지방이 독자적인 체제를 가질 수 있는 지방분권을 정비하는 길이 통일을 향한 준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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