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지배구조위원회, 다른 후보자 밝히지도 않고 자진사퇴 이유로 윤 회장 단독 후보 선정
천박한 노동관과 패권주의로는 조직 수장 될 수 없다는 원칙 세우기 위해 총력투쟁할 것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를 비롯한 KB금융지주 노동조합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사실에 근거한 어떠한 근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단순히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싸잡아 묶어 노조가 정부에 기대 노치勞治를 일삼고 있다는 비난이 대부분의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한국 언론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는 데에 분노를 넘어 절망하게 되는 지점이다.
노조를 비난하는 언론의 논조는 한결같다. KB금융지주의 실적을 확 끌어올린 실력 있는 CEO를 노조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밝히건대, 우리의 요구는 오직 윤종규 회장의 연임 불가 단 하나일 뿐 그 밖의 다른 요구는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이 요구의 합리적 이유도 우리는 분명히 제시해왔다.
사측이 지난해 KB국민은행지부의 임원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해 만든 조직인 노동조합의 운영에 사측이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을 연임할 자격이 없다.
부하 임원들의 단독 행동이었다고 변명하고 그들을 해임했다고 그의 책임이 감해지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다. 금융지주회사법의 허술함 탓에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KB금융지주의 개별 사업장 사용자들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이 KB금융지주 회장인 윤종규 회장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바로 그 사용자성 불인정의 방패 뒤에 숨어 지난 3년간 모든 계열사 노사관계에 개입해 임단협을 파탄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최근 노조의 설문조사에 대한 조직적 개입 의혹마저 제기된 만큼, 윤종규 회장에게 법치에 입각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또한 그는 지난해 12월 12일 시중은행 이사회 성과연봉제 동시 도입 결의를 주도한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금융 적폐 인물이다. 그가 무자격자라는 합리적인 이유는 이렇게 차고 넘친다.
특히 14일 KB금융지주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윤종규 회장을 단독 후보로 선정한 과정을 보면 그간의 회장 선임 절차는 모두 요식행위였음이 분명하게 확인됐다.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단 한 번도 윤종규 회장 이외 후보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지난 8일 7명의 후보를 선정했다고 발표했고, 14일에는 최종 선정한 후보자 3명 중 2명이 자진사퇴했다고 밝히면서도 사퇴한 후보들을 대신할 후보자를 세우지도 않은 채 윤종규 회장을 단독 후보로 선정했다. 모든 절차가 오로지 윤종규 회장의 연임에 맞춰 짜인 각본처럼 착착 진행된 것이다.
CEO의 자격은 성과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한 축인 노동자를 지배의 대상으로만 보는 천박한 노동관과, 규정된 절차를 힘으로 짓눌러 요식행위로 전락시키는 패권주의로는 한 조직의 수장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세워야 한다. 금융노조는 KB국민은행지부와 함께 무자격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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