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한국 노동생산성 OECD 22위, 노동시장 유연화·임금체계 개편 서둘러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9-26 15: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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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 중인 주요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2개의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서강대 박정수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해 지난 9월 22일 발표한 ‘임금과 노동생산성 추이,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6만 5,0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한편 이보다 앞서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지난 9월 15일 발표한 ‘노동생산성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9만 5,351달러로 OECD 37개 국가 중 21위를 기록했다. 이들 두 보고서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큰 차이가 나지만, 순위만큼은 주요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선 대한상공회의소의‘임금과 노동생산성 추이,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국내총생산 │ GDP)은 6만 5,000달러(약 9,058만 원)로 조사됐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로 OECD 평균(9만 7,000달러)의 67% 수준에 그친다. SGI 보고서는 특히 한국이 주4일제를 공식 도입한 벨기에(12만 5,000달러)와 아이슬란드(14만 4,000달러)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9만 9,000달러)·독일(9만 9,000달러)·영국(10만 1,000달러) 등 주4일제 시범운영 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진다고 밝혔다. SGI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선진국 대비 낮은 현실을 고려할 때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의 탄력적 적용,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력 재조정,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임금과 생산성 간 격차가 크게 벌어져 왔다는 점이다. 2018년 이후 임금 상승률(연평균 4.0%)이 생산성 증가율(1.7%)을 크게 웃돌며 불균형이 확대·증폭되고 있는 산업 현장의 부조리한 현실이다. 2000~2017년 사이에는 한국의 임금과 생산성이 모두 연평균 3.2%씩 늘어 균형을 맞췄지만, 2018~2023년에는 임금이 연 4.0%씩 오르는 동안 생산성은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벨기에는 2022년, 아이슬란드는 2019년 주 4일제를 도입했고, 프랑스·독일·영국·스페인·호주 등은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사업 운영 중이다. 특히 SGI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 향상과 여가 확대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당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연간 생산 실적이 떨어지고 인건비가 늘어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생산성본부(KPC)의 ‘노동생산성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1.1달러로 OECD 37개국 중 24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3계단 상승했다. KPC는 한국의 GDP 성장(1.6%)과 함께 연간 노동시간이 0.4% 감소한 것을 요인으로 꼽았다. 같은 기간 OECD 국가 평균 GDP는 1.8%, 연간 노동시간은 1.0% 증가했다. 참고적으로 지난 9월 14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만 5, 223달러였던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3만 7,430달러로 늘어난 뒤 2026년 3만 8,947달러, 2027년 4만 526달러, 2028년 4만 2,208달러, 2029년 4만 4,004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당 한국의 노동생산성(51.1달러)은 미국(83.6달러) 대비 61.1%, 독일(83.3달러) 대비 61.3%, 일본(51.0달러) 대비 100.1% 수준에 해당한다. 주요국 대비 생산성 격차는 지속적으로 축소 중이다. 1인당 노동생산성은 9만 5,351달러로 OECD 국가 중 21위를 기록했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KPC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2017~2023년) 우리나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전반적으로 이전 기간(2011~2016년)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특히 고위기술(High technology)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두드러졌다. 고위기술 업종은 2017년 이후 다른 부문보다 높은 생산성 상승(연평균 7.0%)을 기록, 제조업 생산성 향상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2017~2023년 전체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분(3억 800만 원) 중 71.8%(2억 2,100만 원)가 고위기술 업종의 생산성 향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SGI 보고서는 노동생산성이 임금 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부조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KPC 보고서는 한국의 GDP 성장(1.6%)과 함께 연간 노동시간이 0.4% 감소한 것을 요인으로 꼽으며 다소 상반된 기조가 역력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노동계는 주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이란 산출된 생산량을 투입된 노동량으로 나눈 것이다.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노동력을 많이 투입했는데도 생산량은 오히려 적다는 것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최근 5년 동안 임금이 크게 오름으로써 노동생산성은 저하된 것으로 SGI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노동을 투입하는 만큼 생산이 늘어나야 효율적인 경제다. SGI는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 향상과 여가 확대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당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만 단축할 경우 연간 생산 실적이 떨어지고 인건비만 늘어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생산성 혁신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필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와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업이야 인건비 상승을 어느 정도 흡수할 여력이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중소기업에는 생사가 달렸다.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을 심화시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외려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우리 경제가 임금은 오르는데도 생산은 정체되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임금이 오르는 만큼 일을 더 열심히 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노동생산성이 늘지 않고 근로시간만 줄이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생산 실적이 떨어지고, 이는 당연히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초과수당 증가, 통상임금 판결 등으로 임금이 최근 급격히 올라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4일 서울 용산대통령실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위원장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 안전망 문제와 함께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를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노동 유연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계도 같은 이유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전환, 합리적인 취업 규칙 변경, 첨단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 파고가 더욱 거세지는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 개혁에 가일층 더 속도를 내야만 한다. 무엇보다 고용 유연성 확대를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과 언급이 참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해 보인다. 당정은 실효성 있는 유연화가 앞당겨질 수 있도록 정책과 입법으로 뒷받침해 이재명 대통령의 통치 철학에 적극 부응해야만 한다. 기업과 근로자는 경제를 떠받치는 ‘양 날개’다. 노동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상승은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Boomerang)이 돼 경제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각별 유념하고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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